2009년 11월 07일
[영화] 디스트릭트 9 - 경계선의 안과 밖, 그리고 그 선상

외계인은 출입금지(혹은 관람금지 혹은 탑승 금지 등등) 라는 독특한 홍보 캠페인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디스트릭트 9>은 표면상 '외계인의 인권을 다룬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디 영화의 '의미'라는 것이 표면에만 머무르더냐.
그리하여 사족(말 그대로 extra한)같은 비평을 또 하나 추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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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외계인을 E.T.라 부르는데, 이는 ExtraTerritoriality를 가리키는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 ExtraTerritoriality라는 단어 그 자체로 의미를 보자면, 세력권(Territoriality)의 바깥(extra)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계란 결국 (세력권 혹은 통치 영역) 경계의 바깥을 의미하는 것이며, 외계인이란 그러한 통치구역 바깥의 존재들 다시 말해 치외법권에 존재하는 자들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외계/인을 보자면, 결국 그들은 경계 바깥의 마이너리티(비주류)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주류가 모여있는 중심지역과는 구분되는, 게토화된 슬럼에 (자연적으로건 인위적으로건) 격리되어 생활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존재들을 단어의 그 말 그대로 우주(외계)인으로 지시하고 있다.
언뜻 그들이 지구인과는 종이 다른 외계인이기에 따로 격리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경계을 그어 차이를 만들고 차별을 유도하는 것은 주류 세력이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다시 말해, 굳이 외계에서 떨어진 존재들이 아닐지라도 격리 수용되는 상황은 그다지 별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경계선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이다.
경계를 그음으로써 권력을 거머쥐는 자, 그 경계 안에서 안정된 지배층의 지위를 누르(고자 하)는 자, 경계 바깥으로 추방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자, 경계 바깥으로 추방된 것에 순응하며 나름의 삶을 영위하는 자, 그런 자들을 상대로 거래를 하며 장사하는 자 등등 경계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정렬한다.
여하튼 경계란 것을 중심으로 인위적인 차이가 생성되고 그 차이를 기반으로 차별이 가해지며 이러한 차별은 결과적으로 탄압과 박해를 정당화하는 기제가 된다.
이때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가장 강력한 힘이 경계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경계를 넘나드는 자의 손에 안착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경계를 만들어낸 자들 즉 그 선을 그은 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쥐어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 주변이 결코 조용할 수 없는 것이다.
모두가 그 힘을 원하고, 모두에게 그 힘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디스트릭트9>에서 외계인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DNA 변이를 일으켜 외계인 DNA를 보유하게 된 비커스를, MNU의 고위인사들과 외계인 캠프의 나이지리아 갱들이 그토록 탐냈던 것은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를 보유하는 것은 곧 경계를 넘나드는 힘을 확보하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정작 그 능력을 담지한 존재인 비커스 그 자신은 그로 인해 되려 모두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그러한 처지에서 최대한 벗어나고자 안달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2부에서는 바로 그 점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성으로 돌아간 크리스토퍼가 돌아올 때, 비커스는 비로소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거대한 변혁의 핵으로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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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 <디스트릭트9>은 바로 이 문제의식을 가리키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잔재를 안고 있는 지역으로, 국제적으로 악명높았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체제 하에서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정책이 시행된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70년대에 이루어졌던 유색인종의 강제적인 이주정책으로, 한세기 동안 여러 민족들이 어울려 살던 케이프타운의 제6구역(즉 디스트릭트6)의 주민들을 강제적으로 도시 외곽으로 이주시켰던 정책이다. 공식적인 이유로는 6구역이 도박과 음주, 매춘 등의 윤락행위를 근절하기 위함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차기 시청건물용 부지로 점찍었기 때문임은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199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무너지고 넬슨 만델라 정권이 들어서면서 원래의 주민들이 종래의 소유권을 되찾게 되었고 현재는 이 사건을 기록한 박물관이 건립되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인종차별 만행에 대한 역사적 증거로서 활용되고 있다(이상 wikipedia 참조).

디스트릭트6 강제 이주 사건을 잊지 말라
이 지점에서 생각해볼 것은, 왜 지금 이 문제인가,가 아닐까 싶다.
인종차별정책이 공식적으로 종결된 남아공을 배경으로, 공공연한 차별정책을 논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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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이유야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제시될 터... 결국에는 '...그리하여 이종(異種)간의 어울림과 화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고민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2부에서는 어떤 안이 제시될까?
2부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로서 활용해봄직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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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면을 떠나 형식에 있어서도 <디스트릭트9>은 매우 흥미진진한 영화다.
일종의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면서 각종 뉴스 화면, 인터뷰 화면, 라이브 중계 화면 등등 다양한 미디어 형식들을 재매개하면서 전개되는 영화의 연출이 전혀 리얼하지 않은 영화의 내용을 리얼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방년 서른이라는 감독(go go 30!!)의 젊은 센스는 바로 이런 식으로 표출되어야 제맛이지, 라는 기분을 준달까.
또한 어느 정도 B급 센스도 비춰지고 하는 품새가, 제작자로 나선 피터 잭슨이 이 젊은이를 왜 지원하는지를 알 것도 같다.

일부러 B-스럽게 디자인한 것이 아닌지 사뢰되는 B-스럽게 그로테스크한 외양의 외계인

여태껏 본 외계우주선 중 가장 리얼해보이는 우주선
어렸을 적에 봤던 <V>가 떠오르기도...
어렸을 적에 봤던 <V>가 떠오르기도...
# by | 2009/11/07 16:47 | M.e.d.i.a | 트랙백 | 덧글(0)







